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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글/Health (건강)

미국 여성들은 낙태를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은 어떨까

by 카우보이연구소 2020. 12. 31.

 

"여성들은 낙태를 후회한다"

2019년 4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형법 270조가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헌법재판소가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한 후, 올해 정부가 법무부, 복지부 등 관계 부처들, 그리고 의료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낙태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장이자 산부인과 의사는 차희제 씨는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수술 후에도 우울증이나 죄책감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이런 정신적 문제는 낙태를 스스로 원해서 한 여성들에게도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다"

낙태에 관한 두 다른 의견

하지만, 올해 초에 나온 연구는 낙태를 받은 거의 모든 여성 (95 %)은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며, 시술 후 가장 흔한 감정은 안도감이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미국 연구 내용

이 획기적인 연구는 미국 전역의 21 개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667 명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5년 동안의 긴 시간을 통해 이뤄진 연구로, 백인 35 %, 흑인 32 %, 라틴계 21 %, 기타 인종 13 %으로 구성된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로 추적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자신의 낙태 결정에 대한 감정을 1주일 후부터 추적조사를 벌여, 그 후 5년 동안 6개월 간격으로 총 11번의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낙태 시술 후 첫 2년 동안 긍정적 및 부정적 감정이 모두 뒤섞여 있음을 발견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이 감소하고 정체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절반 이상 (54 %)의 여성이 임신 중절 결정이 "매우 또는 다소 어려웠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5년 후에는 99%의 여성이 낙태를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은 맞는 결정을 하였다고 믿었습니다.

"사회 문화적 환경"

위에도 살짝 적었듯이, 낙태가 여성에게 큰 부담과 고통이라는 주장은 낙태 반대 진영의 주된 논거입니다.

 

위의 연구는 그 논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합니다:

"sociocultural context is important for women's post abortion assessment of their abortion decision", '여성의 낙태 결정에 대한 낙태 후 평가에는 사회 문화적 환경이 중요합니다'

 

미국은 1973년의 대법원 판결 이후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중절을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많은 주에서 낙태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식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과연 현재 우리 국민들의 사회문화적 인식에 낙태를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낙태법 꽤 오랜시간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이 변화하였고, 낙태법 개정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우리 국민 21%는 '보다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라고 봤으나 74%는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라고 답했으며 5%는 의견을 유보했습니다.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필요시 낙태 허용' 의견이 우세하였습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낙태에 대한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위 설문조사와 미국 연구를 보고 추측하는 바, 우리나라 여성도 낙태 후 후회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과연, 우리나라 여성은 후회하지 않을까?

한국 여성정책원에서 만든 2017년 연구보고서를 살펴보겠습니다. 266쪽의 거대한 양 때문에 아직 다 살펴보지는 못하였지만, 어느 정도 살펴보니,
낙태 경험자 422명에게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것이, (1) "낙태 경험자 중 낙태 그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가정 시, 55.4%는 다시 낙태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하였다고 합니다. (2) 또한, "낙태한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다" 64.7%가 나왔습니다.


왜 한국의 여성들은 미국의 여성들과 달리 낙태 경험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지는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추측을 해보자면, 낙태가 아직 불법이라는 점, 아직도 보수적인 사회적 인식 (+ 오지랖의 세상?) 정도가 있겠죠. 

 

결론적으로, 한국 여성에게 한국 사회에서 낙태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낙태를 후회하니, 낙태법 개정안도 24시간의 숙려기간을 둔 것 아닐까...라고 조심히 추측해봅니다. 

 

과연 낙태법 개정안의 도입은, 미래에 한국 여성들도 미국 여성들처럼 후회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우보이연구소였습니다.

※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참고 자료: 미국 연구, 한국 여성정책원의 연구: "임신 중단[낙태]에 관한 여성의 인식과 경험 조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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