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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글/Health (건강)

우리의 뇌는 설탕과 튀김의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다? [네이쳐 / 공간지각능력]

by 카우보이연구소 2020. 10. 17.

저는 도넛을 좋아합니다.

흔히 길치라고 하죠.

 

가끔가다 몇몇 사람들은 굉장히 길을 찾는데 어려워합니다. 조금 쉬운 길은 알아서 잘 가는데, 살짝 복잡한 곳에 가니 어디가 어딘지를 잘 모르더라고요. 저는, 길치였던 친구나 아는 사람을 보면, '아니, 여기에서 저기 가는 것이 뻔한데, 이걸 몰라?'라고 몇 번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한 번 본 길을 또 그렇게 잘 생각해내서 알아서 잘 가는 것도 신기하더라고요. 옛날에 공부가 그렇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한 번 보고, '어, 이것 같은데?'라고 문제만 풀면 100점이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위 능력을 통틀어서 우리는 공간지각능력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지금까지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 능력이죠.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긴 것인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현재의 공학, 건축, 어쩌면 과학까지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목은 왜 설탕과 튀김을 적어놓고 갑자기 길치 얘기냐고요? 왜냐하면, 제가 길치이신 분들도 길을 찾을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깃하신가요?

 

자, 방법은 맛있는 것, 특히 칼로리가 높은 맛있는 음식을 내가 잘 못 찾고 맨날 해메는 곳에서 먹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얼마전에 네이쳐에 이런 논문이 올라왔습니다.

 

"Human spatial memory implicitly prioritizes high-calorie foods" by Rachelle de Vries, Paulina Morquecho-Campos, Emely de Vet, Marielle de Rijk, Elbrich Postma, Kees de Graaf, Bas Engel & Sanne Boesveldt 

직역하면, '인간의 공간 기억 능력은 암시적으로 고칼로리 음식을 우선시합니다'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미로에 브로콜리와 빅맥세트가 있다면, 브로콜리가 있었던 곳보다, 빅맥 세트가 있었던 곳을 더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

 

연구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이 연구에서 네덜란드 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의 연구원들이 진행한 실험으로, 512명의 참가자가 (1) 8개의 음식 또는 (2) 8개의 음식 향이 나는 면봉이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방을 통해 고정된 경로로 움직였습니다. 각 음식 또는 면봉의 위치에 도착했을때 참가자들은 (1)의 경우에는 음식을 맛 보았으며, (2)의 경우에는 면봉의 냄새를 맡고 그 음식 또는 면봉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평가했습니다. 총 8개의 음식중에 4개는 브라우니와 감자칩 등의 고칼로리 음식이였으며, 토마토와 사과를 포함한 나머지 4개는 저칼로리의, 거의 다이어트 식품이라 말할 수 있는 식품들이었습니다. (고칼로리 음식: 약 400kcal/100g. 저칼로리: 약 35kcal/100g.)

 

결론은, 예상하디시피, 인간은 고칼로리 음식의 위치를 더 잘 기억했습니다. 

 

미각 테스트 후 참가자들은 방의 지도에서 각 음식의 위치를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1)과 (2)의 상황 모두, 참가자가 배고프든 안 배고프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음식을 좋아하든 말든, 음식을 잘 알든 못하든, 모두 고칼로리 음식의 위치를 더 잘 알아냈습니다. (참고: <(1)의 경우> 자료: 고칼로리 : M = 0.63, 95 % CI = [0.58,0.67], 저칼로리 : M = 0.57, 95 % CI = [0.52,0.62]).

 

오.. 신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고칼로리의 음식을 잘 기억할까요?

 

우리 인간은 옛날 6,000-8,000년 전, 또는 훨씬 더 전에는 채집 및 사냥을 했습니다. 농업을 하면서 저장이 아닌, 항상 굶주리다가 사냥 성공하면 맛있게 먹는 것입니다. 현재보다는 훨씬 먹을 것이 부족했죠. 그래서, 영양분이 많은 것들이 사는 곳을 기억한 자가 생존에 유리할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논문에서는 현 인간의 기억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지금의 기억이 되었다고 하는 가설에 호환된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칼로리 높은 음식의 위치를 기억 못하는 자는, 생존에 불리하였을 것이며, 자손을 남기지 못할 확률이 높았을거라 저는 조심히 추측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칼로리 음식을 잘 찾아서 먹는 자들의 후손입니다. (그럼, 길치들은 진화가 덜 된 사람들의 후손?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현대 사회, 먹을 곳이 넘쳐납니다. 먹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제 Foodie 포스팅들만 봐도 먹을 것이 넘쳐납니다. 치킨, 피자, 햄버거, 불고기, 갈비찜, 라면, 도넛, 케이크, 초밥, 김밥, 타코 등등 먹을 것이 너무 많죠?

 

논문도 이 점을 짚고 넘어갑니다. 한 때, 인간에게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과일이나 달콤한 것이 있으면 생존을 위해서 다 섭취했는데 이제는 고칼로리 공간 기억의 차이는 일부 개인이 현대식품환경 내에서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 덜 성공한 이유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제공 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만약에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비만이라면 자기의 자제력을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의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일 뿐이잖아요. 우리 몸이 이렇게 태어난 것을 어떻게 하나요? 

 

어떻게 말하자면, 현대사회에서 아직도 석기 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래서 길을 못 찾으시는 분들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무엇을 해야겠나요? 꼭 기억해야 길이라면, 그곳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우보이연구소였습니다!

 

※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참고: https://rdcu.be/b8y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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